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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놈 질긴놈 미친놈

두상달 장로(가정문화원 이사장) 부부행복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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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상달
기사입력 2019-04-22

[두상달 건강가정칼럼] 멋진놈 질긴놈 미친놈

운동경기에 역전승이라는 게 있다. 짜릿한 역전승의 기쁨은 열광의 도가니, 기쁨이 충만하지만 역전 당하는 쪽은 패잔병같이 풀이 죽기 마련이다. 인간관계에서도 그러하다.

남자들에 관한 시리즈가 있다. 부부로 살다가 돈 많이 벌어놓고 죽은 남편은 ‘멋진놈’, 병에 걸려 치료하기 위해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 끝까지 다 쓰고 죽은 남편은 ‘질긴놈’이라 한다. 그런가하면 돈도 없고 제 구실도 못한 남편은 ‘미친놈’이라고 한다. 사람 구실 못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리즈가 있다. 돈도 잘 벌고 힘 있는 건강한 남자를 뭐라 할까? ‘금상첨화’라고 한다. 돈은 잘 버는데 힘을 못 쓰는 남자는? ‘유명무실’이라고 한다. 돈은 못 버는데 힘만 있는 남자는? ‘천만다행’이라 한다. 그러나 때로 짐승 대접을 받는다. 그렇다면 돈도 못 벌고 힘도 못 쓰는 남자는 뭐라고 할까? ‘속수무책’이다. 폐기처분 대상으로 대책 없는 남자라는 것이다. 이런 류의 유머는 하나같이 남성들을 비하하는 개그적 언어들이다.

이러한 남성비하 개그가 유행하는 것은 남성들의 자업자득이다. 풍자나 유머에서 약자를 조롱하는 일은 별로 없다. 대부분 강자나 상위 계급자들을 비꼬거나 물고 늘어지는 데 묘미가 있다. 반만년 동안 가부장적 문화에 찌든 골빈 남정네들이 젊어서 큰소리치며 딴짓을 해왔으니 이런 개그가 유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정의 문화가 바뀌었다. 나이 들고 보니 힘의 균형이 아내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러니 여인들의 역전승 시리즈가 시중에 회자되는 것이다. 식당 한쪽에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왁자지껄하다. 반전의 짜릿함을 즐기는 아낙네팀의 잔치소리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남성지배 사회였다. 그러나 반만년 동안 누려 온 남존여비(男尊女卑)의 굴곡된 특권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문화가 되었다. 남존여비가 아니라 남녀평등의 건강한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남자들이 ‘젖은 낙엽’처럼 추락하고 있는 비명소리가 도처에서 들려오고 있다. ‘남존여비’는 ‘남자의 존재가 여성에 의해 비참하게 된다’로 역전이 되고 말았다.

문화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 살아남는 놈은 변신하고 바뀌는 놈이다. 오래 살아남은 놈은 강한 놈이 아니다. 변화에 잘 순응할 줄 아는 부드러운 놈이다. 나도 젊을 때는 집에서 큰소리치며 제법 잘 나갔다. 그런데 중년을 넘기면서 아내의 간덩이가 부어서 맞서 볼 수가 없다. 역전을 당했다. 다행히 연착륙이다. 할 수 없이 오늘도 나는 집으로 들어갈 때 간 빼고 쓸개 빼고 어떤 핍박과 환난이 와도 묵묵부답 참아야지 단단히 각오 하며 귀가를 한다.

이제 나는 아내한테 매여 사는 맬처가요, 출입문 앞에서부터 기어야 하는 길처가요, 아내 기침소리만 들어도 가슴 떨리고 무서워하는 공처가로 살아간다. 철들고 나이 들어보니 그곳에 행복이 있고 평화가 있다. 우리 모두 “멋진놈”이 되자.


▲     ©두상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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