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광고
광고
광고

[공학섭 생태칼럼] 꽃은 열매를 맺는 일에 결사적이다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작가)

가 -가 +

공학섭
기사입력 2023-11-04

 

세상이 온통 가을로 채색되어 있다. 지나가는 가을이 아쉬운 듯이 가을의 흔적들을 마음에만 담아두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서 널리 퍼트리고 있다. 요즘 글과 사진의 중심은 단연 꽃과 단풍이 대세다. 나 역시도 집 주변에서나마 가을을 맛보고 있다. 

▲ 가을의 절정은 꽃이 아니라 열매다.  © 공학섭


유려한 꽃과 단풍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가을의 절정은 따로 있다. 다름 아닌 열매다. 꽃이 아름답지만 꽃의 최종 목적은 열매를 보는 것이다. 꽃은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사람들은 꽃으로 있는 게 예쁘니 늘 그대로 머물러 있으라고 억지를 부린다. 그러나 꽃들은 꽃으로 머물러 있겠다고 고집하지 않는다. 사람은 꽃을 원하지만, 꽃들은 사람보다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는 데 관심이 더 크다. 

▲ 꽃도 아름답지만 열매도 이에 못지 않다.   © 공학섭


식물들은 화려한 꽃을 피우고 감미로운 향과 꿀을 마련해 놓고 벌과 나비를 위한 잔치를 벌인다. 대신 꽃가루를 몸에 잔뜩 묻혀서 다른 꽃들에 수분(受粉)해 주길 부탁한다. 꽃은 열매를 맺기까지는 삶의 목적을 다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꽃은 열매 맺는 일에 결사적이다.

 

어쩌다 늦게 꽃을 피운 식물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씨를 맺기 위해 급히 서두른다. 요즘처럼 기온이 내려가면 꽃으로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한다. 꽃은 기어이 자기 씨를 세상에 퍼트린 후에야 한해살이를 마친다. 식물들의 종족 보존을 위한 몸부림은 눈물겹다. 

▲ 수입과일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 토종 열매인 탱자는 찾기 어렵다.   © 공학섭


사람들은 꽃이 열매를 맺기 위해 시드럭부드럭하면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도 식물들은 사람들이 외면해도 상처받지 않는다. 아무도 봐주는 이가 없어도 두런거리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기의 몫을 다하고 있음을 오달지게 여긴다.

 

사람은 씨를 퍼트리는 일에 관심이 줄고 있다. 늘 꽃다운 청춘으로만 살고 싶어 한다. 꽃과 같은 시절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만혼, 비혼을 수단으로 삼는다. 이미 결혼한 부부들은 출산을 거부하므로 그 뜻을 이루려고 한다. 

▲ 밤에 찍은 남천이 조명발을 받으니 찬란해 보인다.   © 공학섭


식물들은 창조주께서 정하신 질서를 충실히 따르지만, 사람은 역행하고 있다. 사사시대처럼 자기 소견대로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꽃 중에 천일초가 있긴 하지만 이름처럼 천일을 꽃으로 머무는 것은 아니다. 꽃은 반드시 진다. 사람도 결국에 늙고 이울게 마련이다.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고 해서 틀린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씨를 맺는 꽃과 나무를 보며 인생의 열매 맺음과 후손을 남기는 일에 대한 바른 가치를 가져보면 어떻겠는가? 나비눈으로 바라보며, 개코쥐코 반응할 줄 알지만 마음에만 두자니 답답해서다. 

▲ 우리집 정원에 있는 관상용 고추인데, 꽃보다 열매가 아름답다.   © 공학섭


이제 꽃보다 열매가 더 흔해지는 때가 되었다. 색이 분명한 열매는 봐줄만하다. 볼품이 없는 열매라 해도 소중하긴 매한가지다. 열매 맺기까지 바람, 무더위, 장마, 폭풍, 번개, 추위, 가뭄 등 온갖 풍상을 겪어냈다. 열매를 맺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견한 일이다.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뉴스파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