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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착한 억새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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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기사입력 2023-11-11

 

갈대는 가을의 감성을 자극하는 식물이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탐방객들은 너나없이 시선을 강탈당한다. 우리 마을엔 갈대만 있는 게 아니다. 주목받지 못하여 서러운 억새도 있다. 곱게 빗질한 것처럼 보이는 억새도 충분히 아름답다.

 

갈대는 염생식물이어서 갯가 외에서는 자랄 수 없지만, 억새는 산과 들과 강 등 어디에서든 잘 자란다. 척박한 땅에서도 스스로 자랄 수 있는 강인함이 있다. 억새는 억세기 짝이 없는 식물이다. 

▲ 잘 빗은 머리처럼 단정한 억새가 가을의 감성을 자극한다.  © 공학섭


갈대는 강물을 정화하여 바다에 흘려보낸다. 그럼 억새는 무슨 일을 할까? 억새도 나름 할 일이 있다. 억새는 줄기가 매우 굵은 특징이 있는데, 그 줄기 안에 많은 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해 두는 착한 기능이 있다.

 

탄소배출이 많지 않던 시대에는 할 일이 적었는데, 오늘의 시대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식물이 되었다. 억새는 탄소 문제를 해결할 바이오 에너지 작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머지않아 귀한 몸으로 대접받게 될 것 같다. 증권으로 치면 요즘 핫한 이차전지쯤 될 법하다.

 

우리 마을엔 더럽혀진 강물을 정화하는 갈대가 있고, 탄소로 오염된 대기를 맑게 해주는 억새가 있고, 산소 발생과 탄소 저장 두 가지의 역할을 동시에 감당하는 갯벌이 있다. 지구상에 이만한 동네가 또 있을까? 

▲ 갈대는 갯가에서만 자라지만 억새는 . 산, 들, 강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억새는 탄소 저장 능력이 커서 탄소 문제를 해결한 바이오 에너지 작물로 주목을 받고 있다  © 공학섭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무한정 산소를 생산하는 마을, 날마다 인간들이 토해내는 탄소를 공짜로 저장해 주는 마을, 철새를 보호한다고 펜스를 치고 농사용 전봇대를 다 뽑아도 순응하는 마을이다. 철새들도 먹이만 있다고 오는 게 아니다. 마을 사람들의 착한 심성을 보고 날아온다.

 

도종환 시인의 <어떤 마을>이란 시와 딱 어울리는 마을이다.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별들이 많이 떴다./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마을을 이루고/물바가지에 떠 담던/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그 물로 쌀을 씻어/밥 짓는 냄새나면/굴뚝 가까이 내려오던/밥티처럼 따스한/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별들이 참 많이 떴다.” 

▲ 억새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 공학섭


우리 마을 사람들은 정말 착하다. 시구처럼 별들이 많이 뜨는 마을이어서 천문대가 있다. 내가 지은 책의 제목도 착한 마을 교회라고 했다. 받은 혜택은 없으면서 수백 만 명의 탐방객들이 남겨 둔 쓰레기와 차량 매연을 투정 부리지 않고 받아냄이 꼭 억새를 닮았다.

 

하지만 사람이 착한들 얼마나 착하겠는가? 불량한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 낫다는 의미일 뿐이다. 억새를 심어 탄소를 제거하신 하나님이 선하신 분이다. 더욱 결정적인 선은 우리의 죄를 제거해 주시기 위하여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 보내주신 일이다. 그래서 성경은 하나님 한 분 외에는 선한 이가 없느니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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