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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학교가 흔들리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2) 신평식 박사(문인,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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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식
기사입력 2013-05-03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전국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 정서·행동 발달검사>를 시행한 바 있다. 이 검사는 2008년도부터 시범 시행하다 금년 들어 전국에 확대한 것이다. 중학생의 경우 모두 38개 문항으로 조사된 문진표를 보면, 집중력과 인터넷 중독, 숙면여부와 분노 절제력, 체중감량 욕구와 자살 충동, 폭력, 왕따, 두려움, 성욕자제력, 금지약물 복용, 갈등관계, 우울감, 수치심과 거짓말 등 다양한 심리검사를 다루고 있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뇌기능장애를 비롯해 학습장애, 품행장애, 섭식장애(거식증, 폭식증), 불안장애, 강박장애, 청소년 우울증, 정신분열증, 조울증, 자폐증 등의 위험군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2차에 걸쳐 검사를 수행하였고, 그 결과를 학부모들에게 통보했다.

내 아이가 고위험군이라니

이로 인해 자기 아이가 어떤 장애의 고위험군으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은 학부모들은 거의 혼절할 만큼 놀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학생지도교사는 “학부모들의 반응이 거의 공황상태이다. 대부분 ‘지극히 정상인 우리 아이가 어떻게 고위험군인가?’ 반문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 결과가 주는 충격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
 
이번 검사가 학부모들에게 충격을 주는 이유는 그 대상이 상상 이상으로 많아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기 때문이다. 대상파악 과정을 살펴보면 1차 검사에서 장애가 의심되는 학생이 전체 학생의 20%에서 많게는 40%까지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과정에서 문진표에 기록한 학생들의 착오가 있었다고 분석되었는데, 그것은 ‘최근 1개월 동안 그런 증세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답을 적을 때 실제로 학생들은 과거에 그런 경험이 있었던 경우 높은 점수에 답을 기록한 것이다. 기억에 남은 모든 행동을 다 기록했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일선 학교들마다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2차 검사를 통해 전체 학생의 10% 이하의 학생들에서 정신과 전문 상담 및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학교당국은 그 결과를 학부모들에게 통보하면서 점수에 따라 기준점에 해당할 경우 장애 ‘고위험군’으로 분류하여 전문상담과 전문의 진단을 권고한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정신과는 이들의 내원 예약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이러한 조사는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한 선진국의 경우 이미 일반화된 검사로 내원자가 만성위염에 걸렸다 하더라도 정신과 검사를 동시에 시행하도록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신과’ 하면 웬지 감추고 기피하는 경향이 많아 드러내놓고 검사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보건당국은 정신과 진료 경력이 있다 하더라도 취업 등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지 말도록 하는 등 정신 건강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미루어 보건대 강박증 등의 정신건강이 현대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이미 정신과적 질병은 미미한 부분의 육체적 질환이 오래 경과되거나, 어려움에 강도 높게 노출되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어떤 의사의 지적처럼 “현대인 모두는 정신질환 1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만큼 일반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예방과 조기진단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상담을 전공하고 최근 국내에 들어온 한 인사는 내게 말했다.
 
“한국 사회는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이내에 우울증 천국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추세를 지금 관리하지 않으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며, 교회와 목회자들도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나는 이러한 예측이 빗나가기를 바라지만 결코 빈말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장이 날마다 제정신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르치지 말고 친구가 되라”

이번 검사를 시행한 일선 교사와 대화를 나눴다. 이 보건 교사는 이번 검사가 시행되기 전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교에서는 중2 학생들은 ‘애니멀’(동물)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학생들입니다. 지도가 불가능합니다. 교사가 (교실에) 들어가도 반응이 없습니다. 인사는 기대할 수도 없고, 자세를 바로 잡지도 않습니다. ‘너는 떠들어라, 나는 내 일을 하겠다.’는 식입니다. 이제는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고 학교를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과 사명을 갖고 있었던 분이다. 나는 그 교사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다가 이렇게 권했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그들과 친구가 돼 주면 어떨까요? 모두와 다 친구 되기는 어려우니까 찾아온 아이들 중에 심각한 아이들을 기억하고 그들 몇 명과 친구가 된다면 교실 수업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수업하기 위해 들어간 교실에 익숙한 친구가 있으면 훨씬 더 쉬울 거 같은데요.”
 
사실 보건실을 자주 찾는 학생들의 경우 나름 문제아들이 많다. 실제로 부상을 입어 찾는 경우도 있지만, 정서적 안정감 결핍과 인내심 부족으로 도움을 받고자 찾아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실에서는 그 아이들이 분위기를 주도하므로 그들의 관심과 도움을 받는다면 수업을 정상적으로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권유를 깊게 생각하던 그 교사는 그렇게라도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런 이후 다시 그 교사를 만났더니 이렇게 말했다.
 
“전체 학생들에게 다 잘해주려고 하지 않고, 문제아들 같은 몇 명의 아이들을 주목했더니 그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름도 불러주고, 말도 걸고, 인사도 나누면서 한결 좋아지는 현상이 보입니다.”

왕따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다

그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생긴 일이다. 어느 날 중1 여학생이 경련과 발작을 일으켜 보건실에 데려와졌다. 과호흡으로 호흡곤란을 일으켜 엄청나게 큰 소리를 치며 엄마를 찾는 것이다. 교실에서 일어난 일의 자초지종을 보면, 수업시간에 조금 늦게 들어오는 이 여학생에게 친구가 “왜 늦었냐?”고 작은 목소리로 묻자, 수업을 진행하던 교사가 큰 소리를 치며 그들을 나무라는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것에 놀란 학생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호흡곤란을 일으켜 숨이 막힐 듯 울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발작 수준으로.
 
보건실에서는 그 아이의 어머니께 연락을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아버지께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그 아이에게 아버지는 별 위안이 되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어머니가 왔고, 아이는 안정을 찾았으나 교실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머니와 상담한 결과 최근 우울증 약물을 복용하고 있음을 알게 된 교사는 치료받은 병원에 연락하여 의사의 진찰을 받게 했다. 그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복용하고 있는 약은 정해진 시간에 정확하게 먹지 않거나 거르게 되면 복용한지 일주일 이내에 이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좀 더 주의를 기울였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
결국 약을 복용하면서 점심에 먹을 것을 아침에 먹은 바람에 생긴 소동이었다. 그 학생은 병원에서 안정을 취한 다음 그 다음날 먼저 보건실을 찾았다. 그 교사는 내가 권고한 대로 그 아이와 친구가 되기로 하고 이렇게 말했다.
 
“너무 염려하지 마. 내가 너랑 친구가 돼줄게. 머리가 무겁고 힘들면 언제든지 여기로 와. 그러면 내가 놀아줄 테니까.”
 
여자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 교사를 꼭 끌어안았다. 교사는 아이의 등을 토닥거려 안정을 시킨 다음 교실로 들여보냈다. 그러나 그 아이의 안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병원에서 돌아온 그 다음날은 머리가 아프다며 수업을 빼먹고 보건실을 찾았다. 그 후 그 여자 아이는 병원치료를 받으며 보건실에서 하루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 수업을 듣고 있다. 그런데 이 여학생의 안타까운 상황은 단순히 이 아이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해 초 졸업한 그 아이의 오빠도 그 학교에서 피해를 당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 아이의 오빠는 학교에서 문제아들에게 걸려 왕따 피해를 당했다. ‘빵셔틀’을 포함해 학교폭력에 시달렸다. 내성적인 그 학생은 학교에서는 피해를 당하면서도 정작 가정이나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자영업을 하는 부모님들은 그 아이들을 거의 방치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오빠는 어린 여동생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이 여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집에서 오빠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것이다. 결국 학교폭력의 2차 피해를 받은 학생이 되었고 남매가 된 것이다. 그 보건 교사는 내게 말했다.
 
“이 여학생 그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소가 참 예뻐요. 귀여운 아이예요.”
 
그러나 그 아이의 정신은 심각하게 망가져 있었던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는 이렇게 말한다.
 
“정신과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아 2차적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치료와 회복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기 전부터 가족과 친구들이 서로 감정을 나누는 대화를 통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아직도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대화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이것이 우리의 병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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