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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제 남과 북이 함께 풀어나가야"

노정선 명예교수(연세대, 한국YMCA전국연맹 통일위원장) 파워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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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사입력 2014-02-20

3년 4개월 만에 재개된 이산가족상봉이 금강산에서 20일부터 25일까지 1, 2차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키리졸브 훈련기간과 겹쳐 이산가족상봉이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었으나 남한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북측의 전향적인 태도로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었다. 국민들과 대북협력민간단체들은 이번 상봉을 계기로 얼어붙었던 남북의 관계가 회복되고, 지금의 제한적인 구호사업이 재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2014년은 도잔소 회의(1984)가 열린지 30주년이 되는 해로, 남북이 서로 적대적인 관계를 벗어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했던 도잔소 회의의 정신을 되돌아봐야 하는 목소리가 크다. 노정선 명예교수(연세대, 한국YMCA전국연맹 통일위원장, NCCK 화해통일위원회 부위원장)는 “이제는 통일을 위해 꼭 제네바나 워싱턴, UN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한국교회가 도잔소 회의의 정신을 이어받아 북한을 만나고, 지속적인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노정선 명예교수(연세대, 한국YMCA전국연맹 통일위원장, NCCK 화해통일위원회 부위원장)     © 김준수
노 교수는 우리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부터 통일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로 천 원씩이라도 성금을 모아 라면이나 국수를 보내는 운동을 제안했다. 또한 한국교회가 분단지향적인 신학이 아니라 통일지향적인 신학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분단지향적인 신학은 북한을 규탄하고 동포로 대접하지 않고, 원수로 미워하는 것”이라며 “통일지향적인 신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원수를 사랑하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희년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문제와 최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북한인권법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노 교수는 “왜 이산가족이 발생했는지 그 근본 원인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면서 분단으로 인해 발생한 이산가족은 남한이나 북한 때문이 아니라 당시 군정을 실시했던 미국과 소련에게 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UN이 발표한 북한인권보고서를 50점으로 평가한 노 교수는 북한 내부의 인권문제뿐만 아니라 대북경제제재 조치와 같이 최소한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회경제적 권리 박탈에 대한 인식도 정치적으로 탄압받지 않을 권리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Q. 올해로 도잔소 회의가 열린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도잔소 회의가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A. 도잔소 회의의 기본 정신은 남북이 통일해야 하고, 남북이 서로 사랑하는 관계로 전환되며, 남북이 평화롭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남과 북이 함께 해결해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제는 꼭 제네바나 워싱턴, UN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 남과 북이 해나가자는 것이다. 도잔소 회의는 WCC 국제위원회가 조직한 회의였다. 유럽의 기지를 두고 있는 WCC에 더 이상 의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남한도 북한도 어른이 됐다. 둘이 만나서 통일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남한의 교회가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천 원씩 성금을 모아 국수나 라면을 북한으로 보내는 운동을 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쉽게 통일운동을 시작해나가야 한다. 동포도 사랑하지 못하고, 가까이에 있는 이웃도 사랑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나.

Q. 이산가족상봉이 20일부터 시작된다. 이산가족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이고, 앞으로 이산가족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A. 무엇보다 왜 이산가족이 발생했는지 그 근본 원인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산가족이 발생한 첫째 원인 제공자는 남한도, 북한도 아니다. 이산가족은 한반도가 분단됐기 때문에 생겼는데, 분단의 주체는 바로 미국과 소련이다. 미국과 소련이 천만이 넘는 이산가족들을 발생시킨 최대의 인권유린을 한 것이다. 1945년 8월 15일에 분단을 하지 않았다면 이산가족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지금 한국에 살고 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 친척 모두 이북에 있는 이산가족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3천명이 넘는 이산가족들이 죽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피해를 준 당사자들에 대한 재판도 없었고,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수용만하고 있다. 북한 내부적인 인권유린도 분명 문제지만, 분단을 왜 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분단은 미국과 소련이 했는데, 이들에 대한 재판도 없었고, 그런 언급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WCC 부산총회에서 분단을 한 사람들의 책임을 묻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고, 화해할 것은 화해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또 작년 7월에는 김영주 총무, 조헌정 목사와 함께 미 국무성을 찾아가 이 문제에 대해서 항의하는 서한을 전달하고, 90분간 면담했다. 미국 정책으로 인해서 피해를 받은 사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이산가족이 2박 3일 일정으로 금강산을 가지만 실제로 만나는 시간은 11시간에 불과하다. 60년 만에 만나는 부모님, 형제들인데 2박 3일간만이라도 같이 있고 싶지 않겠나. 이것은 비인도적이 처사이다. 그런데 통일부 관계자나 정부는 이런 이산가족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들이 이산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엉터리 이산가족상봉은 달라져야 한다.

현재 남한에 있는 이산가족들이 대략 8만 명 정도이다. 지금 속도로 하면 이 이산가족들이 한번이라도 가족을 만나려면 350년이나 걸린다. 통일부는 이산가족들이 만나려면 먼저 호텔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지어진 금강산 호텔을 통해 가족들을 만난 사람들이 천여 명이 조금 넘는다. 최근에는 운영조차 되지 못했다.

눈도 많이 왔는데 굳이 금강산에 만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개성도 있고, 서울도 있는데 말이다. 서울에 얼마나 많은 호텔들이 있나? 사실 호텔도 지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설사 라면 하나 먹어도 가족들을 만나는 기쁨에 비할 수 있겠나. 정부가 이산가족상봉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Q. 최근 북한의 지하교회의 실상을 다룬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이 좌석점유율 1위를 하는 등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북한 인권에 대한 생각과 지난 부산총회에서 왜 북한 인권에 대한 언급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A. 북한의 내부적인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말해야하지만 외부에서 북한에 대한 인권유린을 한 것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또한 인권유린의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미국과 같은 세계 초강대국이 경제제재를 한다는 것은 북한과 같은 나라는 굶어죽으라는 말밖에는 안 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UN의 북한인권조사 내용은 50점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50점에 해당하는 내용에 대한 인식자체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UN 인권규약에는 A와 B가 있다. A는 고문, 살인, 투옥과 같은 이유로 정치적 탄압을 받지 않는 것과 관련돼 있고, B는 사회경제권에 대한 것으로 굶어죽지 않을 권리, 직업을 가질 권리, 경제제재를 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말한다. 지금은 A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북한사람들이 굶어죽는 것은 UN, 미국, 일본으로부터 연유한 경제제재로부터 왔다.

당시 성명서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돼있다고 생각한다. 인권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선언문에는 북한주민들의 생존권보장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는 UN 인권규약 B에 관한 부분을 언급했던 것이다. B가 해결되면 A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우리 선언문에서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경제적 요인이 정치적 요인이 앞서기 때문에 대북경제제재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던 것이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나아지게 되면 요덕수용소와 같이 끔찍한 상황도 점차 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북한 못지않게 인권유린이 일어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시청에서 촛불시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군인들이나 경찰들이 총을 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경제수준을 높임으로 해서 서서히 그리고 단계적으로 북한의 인권상황이 풀린다는 것이다.

레위기 25장에서는 빚진 자는 탕감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은 현재 20억 달러의 외채를 안고 있다. 이를 탕감해주는 것도 북한의 인권신장에 기여할 수 있다. 88선언에도 나타났지만 희년의 신학을 펼쳐나가자는 것이다.

Q. 한국교회가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일각의 주장처럼 가짜 교회인지,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조그련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A. 기본적으로 조그련과 남한의 교회는 그리스도라는 한 몸에서 적극적으로 서로 사랑해야 하는 지체라고 생각한다. 1945년 분단이 됐을 때 북한에도 교회가 있었고, 당시 이들은 신학적으로 희년의 신학을 가지고 있었다. 토지개혁을 했던 강량욱 목사는 소작농들에게 토지를 돌려주고, 빚을 탕감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것은 올바른 교회의 모습이라고 해석해주어야 한다.

도잔소 회의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당시 도잔소 회의에 러시아 정교회 주교도 참석했다. 남한의 목사님들은 깜짝 놀랐다. 그때만하더라도 소련과 우리나라가 수교도 되지 않았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남한의 목사님은 러시아정교회 주교에세 북한에도 교회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주교는 이 질문을 듣고선, 남한의 목사에게 북쪽에도 하나님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반문했다. 이에 남한의 목사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북쪽에도 하나님이 계신다. 건물이 교회는 아니다. 북한에서 기독교인들이 탄압받을 때는 예수를 믿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정부, 반체제 운동을 했을 때 탄압받는 경우가 많다. 넓은 이해를 가질 필요가 있다.

교회가 식량을 주었기 때문에 핵폭탄을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것은 비약일 뿐이다. 우리가 식량을 주지 않았어도 북한은 핵폭탄을 만들었을 것이다. 북한의 구조상 주민들은 굶어죽을지언정 군인이나 과학자들에게는 식량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식량을 주지 않았다면 그 만큼 사람들이 더 굶거나 죽었을 것이다.

Q. 통일을 위해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이 있다면?

미래의 한국교회를 위해서는 남북이 통일을 이뤄갈 수 있는 통일지향적인 신학을 해야 한다. 분단지향적인 신학을 해서는 안 된다.

분단지향적인 신학은 북한을 규탄하고, 비방하고, 동포로 대접하지 않고, 원수로 미워하는 것이다. 반면, 통일지향적인 신학은 원수를 사랑하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희년의 개념이 포함돼있다. 한국교회가 그 자리에 서게 되면 앞으로의 미래가 열릴 뿐 아니라 열방으로부터도 존경받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을 규탄하는 일은 남한에게도 망신이다.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통일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통일지향적인 신앙과 그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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