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그 작가 참 좋다는 말 듣고 싶어요"

삶 속에 하나님의 인도하심 느끼며 살아가는 금속공예 백은재 작가 인터뷰

가 -가 +

범영수
기사입력 2015-02-03

분명 내 의식 속에 사는 상像인데,
그 본 모습 보여주길 허락하지 않는다.
그 존재를 감지하고 바라보려는 순간
재빠르게 저 모퉁이 너머 숨어들어 사라진다.
그 형상의 일부를 포착한 것 만으로도
가히 행운인 것을 알고는 있다.
(백은재 작가 개인전 片鱗 도록 중)

 
작품에 대한 예술가의 고뇌는 끝이 없다. 자신의 내면 속에 맺힌 상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잉태의 순간을 끊임없이 마주하는 작업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하고 있는 백은재 작가(금속공예 현대장신구)를 뉴스파워에서 만나봤다.
 
2007년 국민대학교를 졸업한 백은재 작가는 이후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유학을 다녀온 후, 지난 2014년 편린(片鱗)이란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모태신앙인 백은재 작가는 일부러 작품에 하나님을 드러내려고 하진 않는다. 하지만 백 작가의 친척 분이 자신이 다니는 성당에 있는 수녀에게 백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자 “이건 믿는 사람이 만든 것 같네요”라고 했다는 것을 볼 때 그녀의 작품에서는 하나님의 향기가 흘러나오는 듯하다.
 
주로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어디서 얻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백은재 작가는 본능 같은 것이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해 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다 하나님의 모형이잖아요. 요즘 느끼는 것이 하나님이 원형인데 그 원형이 너무 대단해서 인간들이 그 한 점씩만 빌려와서 모형을 해도 너무나도 할 것이 많은 것 같아요”
 
처음부터 백은재 작가가 금속공예에 뜻을 둔 것은 아니었다. 음악을 하는 여동생이 있었기에 부모님은 장녀인 백 작가가 공부를 하길 바랬다. 백 작가는 본래 미술을 좋아했지만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미술도 좋지만 어른이 된 후 취미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묵묵히 학업에 매진했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백 작가는 고등학교 3학년이란 중요한 시기에 큰 결심을 하게된다.

“외고 3학년에 진학한 지 한 달 만에 미술을 한다고 집안을 발칵 뒤집어놨어요. 그때 저는 ‘내가 나를 속이고 있다. 이거해서 더 날 속이면 평생 후회한다’라는 생각에 지금이라도 바꾸자고 마음 먹었어요”
 
집안의 분위기는 한동안 싸늘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이라면 모를까 고3이라는 시기에 갑작스레 진로를 변경한다는 것은 재수로 향하는 급행열차를 탄 격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식이기는 부모 없기에 백 작가의 부모님은 담임선생님과 상담 후 빠르게 미술학원에 그녀를 등록시켰다.
 
“지나고 보면 감사한 게 (부모님이) 마음을 먹으신 후부터 굉장히 저를 밀어주셨어요. 미술학원이 밤 11시나 12시에 끝나면 학원 앞에서 졸면서 기다려주시고......”
▲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에 몰입중인 백은재 작가     ⓒ 뉴스파워 범영수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과 백은재 작가가 미술에 재능은 있었다고 해도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다른 미대 준비생들과 비교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미술에서도 자기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는 분야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고 있던 그녀에게 미술학원에서는 순수미술이 아닌 조형이나 디자인 쪽 계열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진학을 유도했다.
 
“순수미술은 오래 쌓아오는 테크닉도 요구되고 시간이 부족하지만, 내 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별로 큰 차이가 없으니까, 그런 것을 이해해주는 학교를 찾아보자 해서 국민대 금속공예과를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백은재 작가는 ‘그곳에 가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겠다’란 기대감이 품었다. 금속이라는 재료에 끌리기도 했던 백 작가는 4학년이 되던 해 자신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주는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된다.
 
“4학년 1학기 수업에서 선생님이 로버트 스미트(Robert Smit, 네덜란드)라는 작가의 도록을 보여줬어요. 금속의 장점은 입체인데 이 작가의 작품은 평면으로 작업이 이뤄지기도 하고, 금 위에 페인트도 칠하고 그림처럼 오리고 해서 충격적이었어요”
 
금속에 색을 쓰고 그림처럼 작업해도 된다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로버트 스미트의 작품은 백 작가의 작품세계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그 뒤로 많은 과정을 겪으면서 나만의 방식이 생겼고 똑같이 흉내낸 적은 없지만 공통점이 많은 것은 사실 이예요. 그래서 어떤 작가 분들은 그 부분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입체감은 제게 두 번째 문제더라구요”
 
모태신앙이었던 백은재 작가는 대학 졸업 후 유학생활을 했던 이탈리아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을 만났다.
 
“저는 익숙한 곳을 떠나는 것에 겁을 많이 내는 편이예요. 익숙한 사람들과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좋아하는데 유학은 좀 다르잖아요”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도 있는데 하물며 말도 잘 안 통하는 유럽이라면 그 고통이 오죽했으랴 기나긴 유학생활로 백은재 작가는 너무 힘들고 외로워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져 갔다. 그렇게 점점 백은재 작가는 자신을 감싸고 있던 자신감은 사라지고 한없이 약해진 자신을 돌아보며 하나님께 도와달라며 무릎을 꿇는 계기를 맞이했다.
 
“그때부터 내려놓는 법, 사람을 대하는 법, 말씀과 제 인생이 서로 엮여가는 것, 그런 것이 흡수되면서 뭔가 시원하게 풀린다기보다는 너무 힘들었지만 매일매일 이겨내고 지나고 보니까 이게 나 혼자 한 것이 아니구나하는 과정이 참 많았어요. 그러면서 말씀도 굉장히 많이 묵상했구요”
 
유학생활 중 백 작가를 잡아준 수많은 말씀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마태복음 6장 30절 말씀이다.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유학생활 중 너무 힘들어 하나님께 하소연 하면서 강변을 걷고 있던 중 길가에 핀 꽃을 통해 백 작가는 마태복음 6장 30절 말씀이 육화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 꽃을 처음 보는데 말씀이 그때 파고들면서 할 말이 없는 거예요. 너는 이 꽃 앞에서 투정하느냐! 그렇게 말씀을 받아 버티고 또 유학하면서 제가 사춘기 때 눌렀던 내면에 치료해야 될 부분이라던가 그런 것이 엄청 억눌려져 있는 상태였는데 열왕기하 2장 21절 말씀을 통해 내 안에 고쳐야 될 것이 많은 줄 알게 됐어요”
▲ 백은재 작가는 힘든 유학생활에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됐다.     ⓒ 뉴스파워 범영수

타향살이의 설움, 유학생활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부모님에 대한 의무감 등으로 속에 상처가 심해진 백은재 작가에게 말씀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내적 치유가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도 귀국 후 지금은 회복 중에 있는 상황이다.
 
“하나님 보시기에 내가 고쳐야 될 것 투성이었던 거예요. 어떻게 보면 이게 부모님께도 상처가 됐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도 가족들이 그래서 내면치유가 필요했거든요. 그것도 다 희안하게 고쳐주시고 이제 회복 단계를 지나쳐서 재활단계에 이르고 있어요”
 
이만큼 힘들었던 유학생활이었지만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자신을 표현하는 대범함을, 미국에서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토론하는 방법을 배웠고, 이런 시간들 속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로버트 스미트의 작품세계와의 만남, 그리고 이탈리아와 미국에서의 유학생활 끝에 점철된 백은재 작가가 고집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 속에 있는 이미지나 상이 최대한 그대로 현실로 옮겨져 오는 것이다.
 
“사람 마음이 바다보다 깊다고 하자나요. (그 깊은 마음에서) 훅 떠오는 건데 이게 저 말곤 본 사람이 없자나요. 그것을 남들이 최대한 비슷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고집이 있어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더라도 꼭 해서 보여줘야 해요”
 
그래서인지 백은재 작가는 예술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점은 자신의 작품을 상대방이 착용하고 기뻐할 때, 힘들었던 점은 표현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능력의 한계를 느낄 때, 혹은 잘 완성된 작업이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막힐 때로 꼽았다. 예술가라면 자신만의 세계에 고립될 수도 있지만, 백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끔 작업하는 순간이 너무 행복할 때가 있어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고, 손은 갈라지고 그러는데 뚝딱뚝딱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정말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 좋았던 것 그런 생각이 몰려올 때 하나님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작업 때문에 굳은살과 갈라진 손 때문에 가끔은 사무직에 있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는 백은재 작가는 그럼에도 자신의 직업에 기뻐하며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말했다.
 
“이건 하나님 주신 달란트인데 이게 순환이 돼서 이걸 통해서 사람들을 더 만나고 이걸 통해서 사람들이 기뻐하고, 선물로 주면 좋아하고, 수입이 생기면 사람들에게 맛있는 거라도 사줄 수 있고, 누가 백은재 작가하면 ‘그 작가 참 좋아’ 그런 말을 듣고 살면 좋을 것 같아요”
 
신명기 1장 29절부터 33절 말씀처럼 먼저가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차근차근 밟아온 백은재 작가의 삶을 인터뷰를 통해 들으며 앞으로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작가들이나 친구들 외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그녀의 바램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길 기대해본다.
 
백은재 작가 블로그 ☞ http://blog.naver.com/i_zanai
▲ 백은재 작가의 작품들     ⓒ 뉴스파워 범영수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백은재 작가 관련기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뉴스파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