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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사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김경열 박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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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열
기사입력 2019-02-24

▲ 김경열 박사     ©

얼마 전 신실한 목회자 한 분과 오랜 대화를 나누었다. 목사들의 대화치곤 별로 신령한 주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래도록 내 가슴을 아리게 한다. 한편의 아름다운 소설이나 영화를 본 것 같은 긴 여운이 남는 대화였다.

 

당시 K목사는 대학 1학년 때 서로 첫눈에 반해 무려 7년을 사귄 자매가 있었다. 옥시토신이라는 인간의 사랑의 호르몬은 3년이 유효기간이라고 과학적으로 밝혀진바 있다. 그러나 이 분은 처음 그 자매를 만난 순간의 그 사랑의 설레임이 무련 7년이 지나 헤어지는 순간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해가 갈수록 두 사람의 사랑은 식을 줄 몰랐으며 오히려 더욱 뜨거워졌다. 당연히 믿음의 사람답게 육체의 나눔이란 생각할 수 없는 순결한 만남을 이어가며, 두 사람은 부부로 평생의 짝이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내가 놀란 것은 그 다음 이야기다. 남자가 대학 졸업 후 군대에 갔다. 그 힘든 훈련병 시절, 자매에게서 하루에 무려 30통이나 되는 편지가 날아오기도 했다. 그런 애절한 연서가 한 동안 계속 되었다고 한다. 나는 어디에서도 이런 사랑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하루에 편지를 30통씩이나, 그것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써서 보내다니 도대체 어디에 이런 사랑이 있을까? "사랑은 움직이는거야" 누군가 했던 말이다. 정말 그런가 싶을 정도였다. 어느 날 어느 순간부터, 자매로부터 편지가 시들해지더니 끊겼다. 그리고 제대를 몇 달 앞둔

 

그러던 어느날 날벼락 같은 이별 통보가 날아들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도 선뜻 믿어지지가 않았다. 7년이나 한결같았던 사랑이, 아니 갈수록 더 뜨거워졌던 두 사람의 변치 않는 애정이 순식간에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 K목사는 견딜 수가 없어 부대를 탈영해서까지 그 자매를 붙잡으려고 했다. 집 앞에서 만난 그녀... 도대체 이유가 뭔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잘못이 있다면 용서해달라고... 이유를 알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그녀는 단 한 마디의 답변도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씁쓸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부대로 복귀해야했다. 그 후로도 한 번 더 탈영의 아픔을 감내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K목사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았다.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 있었다. 자매는 다른 종교를 믿고 있었으나 K목사의 노력으로 교제하면서 복음을 받아들였고, 세례까지 받은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믿음이 견고해지기 까지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일까... 자매에 대한 생각으로 온 마음이 다 타들어갈 정도였다. 여린 신앙이었지만 K 목사는 처음부터 자신이 목사의 길을 갈 예정이었기에 자매역시 사모의 길을 가야한다는 것을 알렸으며, 충분히 깊은 교제에 들어갔던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중에 나는 그토록 깊었던 사랑이 왜 돌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K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남자가 나타났을 겁니다. 결혼 대상으로 더 좋은 남자가 접근했겠지요. 결국 사모의 길보다는 새로운 남자가 펼쳐 놓은 안정된 길이 더 좋아 그 남자에게 갔겠지요."

어쩌면 조건을 보는 것은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조건을 따져 더 나은 남편감, 혹은 아내감을 고른다는 것은 분명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그렇지만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던 사랑마저 한 순간에 변할 수 있다니... 어쩌면 인간은 결국에는 이기적인 존재에 불과하단 것인가...

 

때로 그리스도인이라면 이처럼 절절한 사랑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 목사님이 목회자의 길을 접고 자타가 공인하는 안정된 길을 가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그 깊고 깊었던 사랑이 더 오래도록 머물렀을지 모른다. 그러나 K목사는 사랑을 떠나보내는 길을 선택했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문득 문득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올 정도였다. 잠시 후 역시 목회자는 결론을 내렸다.

 

"목사님... 저는 지금 저의 아내와 가장 행복합니다. 아내와 더불어 하나님께서 자녀를 셋이나 주셨는데, 특히 막내를 보면 정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만큼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우리 가정에 대해 정말 하나님께 감사하게 됩니다."

 

"그런 강렬한 사랑을 내가 누구와 또 경험할 수 있었겠습니까? 지금의 아내를 만날 때도 솔직히 그런 사랑의 감정은 내게 없었습니다. 그건 불가능하죠. 하지만, 아내를 만나면서 아내가 나의 가족처럼 느껴졌고, 이 사람과 결혼하면 앞으로 점점 사랑이 새롭게 강해질 것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그러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간은 잠시 후의 일을 알 수 없다. 입학과 승진, 사랑과 결혼을 통해 숱하게 좌절하는 것이 우리 인생이지만, 더 큰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하나님은 항상 옳으시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위에 계시는 하나님, 사랑하는 자녀에게 우리의 눈물과 소망보다 더 큰 계획을 갖고 계시는 그분은 언제나 옳으시다는 것이다.

인간의 사랑은 움직이고 변할지 모르나, 하나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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