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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파기, 적절한 선택 아냐”

윤영관 참여정부 초대 외교통상부장관, “긍정보다 부정적 영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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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영
기사입력 2019-08-08

   

▲ 윤영관 박사(전 외교부장관, 서울대 명예교수)     ©뉴스파워

참여정부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한 윤영관 전 장관(서울대 명예교수)이 지소미아, 즉 한일군사보호협정 파기는 적절한 대일 압박수단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장관은 8일 자신의 SNS<지소미아 파기론을 어떻게 볼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지소미아 파기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전 장관은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강력 대응할 때, 어떤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무엇보다도 한일 분쟁의 더 큰 범위에서 전개되고 있는 세계정치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금 세계정치의 가장 중요한 흐름은 미중 경쟁의 심화라며 그런데 미중 경쟁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 받는 게 우리나라이다.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중국은 경제 관계가 깊은 이웃이다. 한일관계의 변화는 미중 갈등 속에서 우리의 전략적 입지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에 대한 우리의 대응방안 선택지가 미중 간 글로벌 경쟁 속에 끼어있는 우리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느냐 약화할 것이냐의 문제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과의 분쟁에서 승리하면서도, 동시에 미중 경쟁 속에서 한반도 문제를 주도해야 할 우리의 전략적 입지가 강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더 나아가서 국제정치에서 모든 양자 관계, 그리고 우리에게 중요한 외교 현안들은 따로따로 노는 게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예를 들어 한일갈등 문제는 동맹문제, 한중관계, 비핵화와 평화정착 문제 등과도 맞물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일갈등 문제 하나만 따로 떼어놓고 보는 게 아니라 맞물려 돌아가는 전체의 큰 그림을 보면서 대응책들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일본과의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취한 정책선택지는 그것이 한미동맹이나 우리가 최우선시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미칠 파장까지도 고려하여 득실을 검토한 다음에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보았을 때 지소미아 파기는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 부정적 파장이 긍정적 효과보다 클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지소미아는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체제의 상징성이 대단히 크다.”실제로 정보교환이 최근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는 둘째 문제다. 요즈음 한일갈등으로 이 삼각안보협력체제가 와해되고 있다는 국내외 평가가 많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한일갈등이 심화되면서 일본은 수년 전부터 워싱턴의 정책결정자나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한국은 이미 중국 쪽으로 넘어갔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워싱턴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은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 로비의 막강한 영향력을 우려하고 있다.”그러한 상황에서 지소미아 파기는 단순히 한일문제를 넘어서서 미국의 조야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그렇게 되는 경우, 우리가 꿈꾸는 한반도 비핵화, 남북경협, 평화정착은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우리가 우리 힘만으로 이러한 지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최근의 북한의 행태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결국 북한을 움직여야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또 미국을 움직여야만 되는 것이 우리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지소미아 파기는 적절한 대일 압박수단이 아니라고 본다.”앞으로 수많은 문제 거리를 만들어낼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급변하는 세계정세 변화 속에서 우리의 지상 명제인 한반도 평화 번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중장기 전략을 가지고 나아갈지, 좌표 설정에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한 전략적 선택에 합치하는 방식으로 당면한 현안 문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 국제정치의 험한 파도를 헤쳐나가면서도, 엉뚱한 곳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항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윤영관 전 장관의 글 전문.

 

<지소미아 파기론을 어떻게 볼것인가?>

 

2차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일본 정부는 정경분리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시장원리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지지한다고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용공 판결문제들을 둘러싼 한일 갈등에 대해 그러한 원칙을 깨는 앞뒤가 안맞는 부당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동안 여러 전문가들께서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해왔기에 저는 대응수단으로서의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문제에 국한해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요즈음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언론이 보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강력 대응할 때, 어떤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서 냉정한 계산 속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한일 분쟁의 더 큰 범위에서 전개되고 있는 세계정치의 흐름을 살펴야 합니다. 바둑 둘 때 좁은 국면에서 벌어지는 전투에만 몰두하다가 큰 대국을 그르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세계정치의 가장 중요한 흐름은 미중 경쟁의 심화입니다. 그런데 미중 경쟁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게 우리나라입니다.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중국은 경제 관계가 깊은 이웃입니다. 한일관계의 변화는 미중 갈등 속에서 우리의 전략적 입지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즉 일본에 대한 우리의 대응방안 선택지가 미중간 글로벌 경쟁 속에 끼어있는 우리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느냐 약화할 것이냐의 문제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과의 분쟁에서 승리하면서도, 동시에 미중 경쟁 속에서 한반도 문제를 주도해야 할 우리의 전략적 입지가 강화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서 국제정치에서 모든 양자 관계, 그리고 우리에게 중요한 외교 현안들은 따로따로 노는 게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일갈등 문제는 동맹문제, 한중관계, 비핵화와 평화정착 문제 등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일갈등 문제 하나만 따로 떼어놓고 보는 게 아니라 맞물려 돌아가는 전체의 큰 그림을 보면서 대응책들을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과의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취한 정책선택지는 그것이 한미동맹이나 우리가 최우선시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미칠 파장까지도 고려하여 득실을 검토한 다음에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았을 때 지소미아 파기는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고 봅니다. 부정적 파장이 긍정적 효과보다 클 것입니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체제의 상징성이 대단히 큽니다. 실제로 정보교환이 최근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는 둘째 문제입니다. 요즈음 한일갈등으로 이 삼각안보협력체제가 와해되고 있다는 국내외 평가가 많습니다. 특히 한일갈등이 심화되면서 일본은 수년 전부터 워싱턴의 정책결정자나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한국은 이미 중국 쪽으로 넘어갔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왔습니다. 워싱턴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은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 로비의 막강한 영향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지소미아 파기는 단순히 한일문제를 넘어서서 미국의 조야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것으로 우려됩니다.

 

그렇게 되는 경우, 우리가 꿈꾸는 한반도 비핵화, 남북경협, 평화정착은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우리 힘만으로 이러한 지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최근의 북한의 행태를 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북한을 움직여야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또 미국을 움직여야만 되는 것이 우리의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작년 4월 이래 일관되게, 북한이 먼저 비핵화해야 대북제재를 풀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핵 문제로 북한과 협상해본 경험이 있는 미국의 전문가들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그러한 이른바 리비아식 모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북미간의 신뢰도가 대단히 낮기 때문이지요. 서로 못 믿는 상황에서 북한에게 미국을 믿어라, 그리고 먼저 당신네들의 가장 강력한 카드를 모두 내놓아라, 그러면 우리가 안보보장, 경제발전 시켜 줄게라는 요구를 북한이 들을까요? 결국, 미국의 비핵화 방식이 좀 더 유연한, 비건 대표가 말했듯 동시 병행적인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안보보장, 경제지원 방책을 마련해서 북한을 설득하는 실용적 방향으로 정책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북미 타협은 힘들 것입니다. 다시 말해 미국을 어떤 식으로든 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는 한반도 문제를 풀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정말 단단한 한미관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1970년대 초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동독을 포용하는 동방정책을 추진하려 했을 때 미국의 키신저 안보보좌관은 신랄하게 그를 비난했습니다. 그러한 분위기를 뒤집고 결국 미국이 냉전의 와중에서도 서독의 동방정책을 지지하게 만든 것은 서독 정부가 세심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미국 정책결정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든 중요한 동서독관계 관련 문제 등을 미국에 사전에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했습니다. 한두 번이 아니라 1, 2년 지속되면서 미국의 신뢰를 확보했습니다. 더 나아가 프랑스 같은 이웃 나라로부터도 동방정책에 대한 지지를 끌어냈습니다.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의 마음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처럼 세밀하고 꾸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의 소모적 이념논쟁은 우리에게는 사치입니다. 그런데 지소미아 파기는 이러한 방향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소미아 파기는 중국과 러시아에도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약화시키기로 결정했다는 시그널 말입니다. 한일간에 대결이 심화되기 시작한 바로 그 시점에 러시아 전투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한미일 삼각협력체제가 약화되어가고 있다는 판단하에 한반도에 새로 생겨나고 있는 힘의 공백을 파고드는 시도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지소미아 파기는 중국과 러시아로 하여금 그러한 공세적 도발을 더욱 빈번하게 하도록 유도하고, 그때마다 우리 정부의 입지를 아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대국 권력정치는 힘의 공백을 절대로 그대로 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대상이 되는 상대적 약소국들은 이들 힘 있는 나라들보다 더 치밀하고 더 기민하고 더 전술에 밝아야 합니다.

 

지소미아 파기는 물론 북한에게도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것입니다. 그들은 이것을 한미 동맹 약화의 전조로 간주하면서 점차 고립되고 약화되는 한국의 위상을 적극 활용하려 들 것입니다. 아마도 한반도 정세의 대표주자는 실질적 핵보유국인 자신들이라고 나서면서 한국은 자신들의 주니어 파트너 정도로 취급하려 할 것입니다. 저는 작년에 남북 간에 이루어진 합의가 남북관계의 역사에서 분수령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합의가 문자 그대로 준수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선한 이상은 현실적 힘의 논리와 함께 갈 때만 실현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저는 지소미아 파기는 적절한 대일 압박수단이 아니라고 봅니다. 앞으로 수많은 문제 거리를 만들어낼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급변하는 세계정세 변화 속에서 우리의 지상 명제인 한반도 평화 번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중장기 전략을 가지고 나아갈지, 좌표 설정에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전략적 선택에 합치하는 방식으로 당면한 현안 문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국제정치의 험한 파도를 헤쳐나가면서도, 엉뚱한 곳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항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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