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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한평우 목사 칼럼]빈자리

로마 한평우 목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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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우
기사입력 2019-09-12

                           

떠들썩하던 웃음소리는 지금 잔향으로 사방에 걸려있습니다. 그들이 앉았던 자리, 떠들썩한 웃음소리. 손짓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열심히 개진하던 사람들은 이제 모두 떠나고 없습니다. 방금 전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이었는데 말입니다. 헤어진다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 한평우 목사     ©뉴스파워

떠나간 사람들은 자신이 앉았던 그 자리에 또 다시 앉을 수 없겠지요.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은 다시는 붙잡을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 우리는 매순간 처음 시간의 민낯을 대면할 뿐입니다. 제대로 준비 할 겨를도 없이 말입니다.

 

우리의 삶이란 이처럼 세상 곳곳에 슬픈 몸짓으로 자신의 체취를 남기는 존재입니다. 마치 죽음을 앞둔 짐승이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예감하고 열심히 이곳저곳에 흔적을 남기듯 말입니다. 그리고 떠나는 자리는 항상 빈자리로 남습니다.

 

오늘처럼 밝은 달이 떠오를 때는 시골에서 살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명절이 다가올 때 도시에서 공부하던 형이나 누나들이 찾아옵니다. 그처럼 가고 싶은 도시의 냄새를 가득 풍기면서 말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경험한 도시의 일상을 며칠 동안 열심히 우리에게 풀어냅니다. 그 얘기를 듣는 시골을 지키고 있는 아이들은 이국의 풍경화를 상상하곤 합니다.

넘치는 부러움으로 말입니다.

 

이윽고 꿈같던 명절이 쏜살같이 지나고 형들과 누나들은 도시로 가기 위해 짐을 챙깁니다. 때로는 형과 누나들의 짐을 들고 기차 정거장까지 십여 리를 가기도 합니다. 작은 간이역, 형과 누나들은 선택된 자가 되어 우람한 디젤기관차에 몸을 싣고 차장 밖으로 손을 흔들 때, 기적소리와 함께 기차가 무거운 몸을 서서히 움직여갈 때 서러움이 온 몸을 휘감게 됩니다.

그리고 혼자서 그 길을 타박타박 걸어오는 길은 왜 그리 멀기만 한지요? 돌아오는 길에는 채울 수 없는 허전함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며칠동한 가슴앓이를 합니다.

 

빈자리란 이별을 만드는 그릇입니다. 누가 그 자리를 앉을 때 그는 그 순간 그 자리의 주인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영원한 존재가 아니기에 언젠가는 그 자리를 떠나야 합니다.

떠나는 순간 그곳은 텅 빈 자리가 됩니다. 도시로 나간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처럼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려야 하는 자리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빈자리들로 가득합니다. 역사는 순환을 이루고 순환은 세상의 곳곳을 빈자리로 만듭니다. 빈자리들은 너무나 많은 사연들을 각각 지니고 있습니다. 슬픔과 그리움, 안타까움과 후회로 얼룩지게 합니다.

 

그 옛날,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고 기차를 타고 간이역에 내렸는데 어느 아름다운 여인이 네댓 살 되는 예쁜 딸의 손을 잡고 흐느껴 울고 있었습니다. 멋진 옷을 입은 30대 쯤 되어 보이는 한 마디로 신식 여인이었고 어린 딸로 보이는 아이도 당시로는 드물게 예쁜 구두를 신고 있었습니다.

 

그 여인이 딸의 손을 잡고 흐느껴 울던 모습이 거의 60년이 지난 지금도 잔향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계속 질문하게 합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그처럼 흐느꼈을 까 하고 말입니다. 아마 그녀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빈자리에 대한 서러움 때문은 아니었을 까? 하고 상상을 해봅니다. 우리는 삶의 궤적을 만들어가는 동안 수많은 빈자리를 만드는 존재입니다.

 

수련회를 마치고 짐을 챙기고 왁자지껄하던 젊은이들이 한순간 고요합니다. 차들이 한 대, 두 대 떠나고 방금 전까지 가득 채웠던 자리가 비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쓸쓸함이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외로움이 침묵으로 사위를 덮고 있습니다. 이런 외로움으로 살지 않도록 성령님을 하나님은 우리에게 보내주셨지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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