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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에게 한글 가르치는 신명실업학교

이동철 교장 “연세 드신 분들이 한글을 배워 책 읽고 검정고시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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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영
기사입력 2019-12-28

 

서울 송파구 마천동 3317번 버스 종점이 있다. 차고지 맞은편에 3층으로 된 신명실업학교(교장 이동철 장로, 거여제일교회)가 있다.

▲ 신명실업학교     © 뉴스파워

 

28일 오전 김재훈 장로, 박용선 집사와 함께 이 학교를 방문했다. 작은 건물마다 교실이 있고, 그 안에는 60-70대의 연세 드신 여자들이 학생으로 걸상에 앉아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컴퓨터 교실, 한글을 배우는 교실, 영어를 배우는 교실, 한자를 배우는 교실 등 선생님의 강의에 사뭇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고 있었다.

 

1층에서부트터 3층까지 오른 계단 옆 벽에는 졸업여행 사진들이 붙어 있다. 언뜻 보면 연세드신 부인들의 야유회 같아 보이지만 늦은 나이에 이곳에서 배움의 한을 푼 만학도들이다.

 

학생들이 지은 시()도 걸려 있다. 한 편 한 편이 배우지 못했던 설움과 배움의 기쁨을 노래한 작품들이다.

 

"배우지 못함에 답답했고/어디에도 나설 수 없어/순간순간의 아픔이 있었네//늦은 배움이지만/열정과 노력이 있어/어둠의 눈이 트이고/당당함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으나/하루하루가 행복이고/감사함으로 바뀌었네//학교가는 발걸음 가볍고/새로운 도전에 꿈을 꾸는/영락 없는 소녀가 되었네"('나는 소녀' 이영임)

▲ 신명실업학교 학생이 쓴 시'나는 소녀'     © 뉴스파워

 

 

이 시를 읽으면서 배움의 못한 답답함보다 어디에도 나설 수 없어라는 말이 가슴에 다가왔다. 글을 못 읽으니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동철 교장은 평생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고 살아온 분들이 많다.”그분들은 시대가 바뀌어 지하철을 타려고 해도 글을 못 읽으니까 못 탄다. 차라리 지상철이라면 바깥을 보면서 대충 내릴 수 있을 텐데. ”

 

▲ 신명실업학교 교무실     © 뉴스파워

 

늦은 나이에 배움을 통해 한글을 깨우쳐 어둠의 눈이 트였다고 고백하는 글을 읽으면서, 그리고 비록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면서 행복과 감사함을 느끼면서 영락 없는 소녀가 되었네라고 고백하는 구절에서 가난 때문에 배우지 못한 그 시절의 아픔과 상처를 말끔히 털어내고 꿈을 가진 소녀 같은 풋풋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65세 학생이 쓴 시도 마음에 와 닿는다.

"내 나이 65/석양에 노을이 지는/황혼기에 서 있네//가난 때문에/학교 문턱은 꿈꿀 수 없었던/한이 된 내 인생//이제, 늦었지만/이루지 못한 꿈 찾아/배움의 세상으로/발을 내디덨다//배우지 못한 한이 가슴에 맺혀 시작한 공부/멋진 글 써보는/행복한 꿈을/꿀 수 있게 된 것이다"('행복한 꿈' 양본예)

 

가난 때문에/ 학교 문턱은 꿈꿀 수 없었던 /한이 된 내 인생배우지 못한 한이 가슴에 맺혀 시작한 공부/멋진 글 써보는/행복한 꿈을/꿀 수 있게 된 것이다이라는 고백에서 글자를 깨우치고 마음에 담아둔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기쁨과 행복을 노래하고 있다.

▲ 신명실업학교 학생들이 한글을 깨우치고 난 후 쓴 시들     ©뉴스파워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자신을 눈 뜬 봉사라고 고백한 시도 있다.

 

"나는 눈 뜬 봉사//나는 눈을 뜨고 있어요/하지만 깜깜해요/앞이 보이지 않아요//이제 눈을 뜨고 싶어요/밝은 세상을 살고 싶어요//늦었지만 열심히 공부해서/파란 하늘의/무지개 빛을 바라보며/살고 싶어요"('밝은 세상', 천옥임)

 

눈을 뜨고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아요라며 이제 눈을 뜨고 싶어요라고 고백한다. 어디 한글만이 깨우치는 것이겠는가. 영어도 배우고, 컴퓨터도 배우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봐서 당당하게 졸업장도 받고, 대학도 진학고 싶은 열망이 이 만학도의 마음에 불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 학생은 늦었지만 열심히 공부해서/파란 하늘의/무지개 빛을 바라보며/살고 싶어요" 라는 절규와 다짐대로 지금쯤 밝은 세상, 무지개 빛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 신명실업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만학도들     © 뉴스파워

 

이 작품들을 읽으면서 그 어느 유명한 시인의 시보다 가슴에 다가왔다. 비록 비유와 은유도 없는 소박한 독백이지만, 그들 인생이 한편의 시였고, 늦은 나이에 한글을 깨우쳐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 낸 고백이야말로 가장 잘 쓴 시()인 것이다.

 

신명실업학교는 1973년 거여제일교회 문대자 목사에 의해 설립됐다. 처음에는 가축사육장 세 칸을 임대해 신명 새마을 청소년 학교로 시작했다. 학교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두행상, 분뇨처리 등 온갖 일을 하면서 학교를 운영했다.

 

그후 재정문제로 거여제일교회 교육관으로 옮겨 수업을 진행했다. 현재 교장을 맡고 있는 출석해온 이동철 교장(현재 장로)은 이 교회를 출석하면서 직장을 다니면서 1980년도부터 야간 강의를 했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 두고 1990년도 초에 학교를 인수해 운영해왔다.

▲ 실업실업학교 교장 이동철 장로     © 뉴스파워

 

정부에서 청소년들을 무상교육을 실시하면서부터는 주부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에서 실업학교로 고등학교 인가를 받았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38명의 주부들을 데리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거여제일교회 교육관에서 나와 건물 4층을 임대해서 학교를 운영했다.

 

하루는 딸이 엄마를 데리고 찾아왔다. 자신이 결혼하면 공과금을 내야 하는데 엄마가 한글 모른다면서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래서 혼자 엄마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루는 학교 옆에 부동산중개사 사무실이 있는데 이 분이 그 앞을 지나가다가 자가 보인다며 울면서 나에게 말했다. 하루는 서울빌라라는 연립주택 분양 중이었는데 분양이 보인다며 감격해 했다.”

 

이 교장은 그때부터 한글을 배울 학생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경기도 양주, 강원도 춘천, 충남 당진 당진에서도 왔다. 190여명이 한글 수업을 받았다. 수업료는 한 달에 3만원씩을 받았다. 수업료를 한꺼번에 못 내면 매월로 나눠눠서 납부하게 했다.

▲ 신명실업학교를 탐방하고 있는 김재훈 장로(우)와 김철영 목사(가운데)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이동철 교장.     © 뉴스파워

 

이런 일도 있었다.

 

한 아주머니는 1년 동안 한글을 배웠으나 깨우치지 못했다. 무척 어렵게 생활하는 분이었는데, 계주에게 돈을 맡긴 돈이 8700만원이나 됐다. 그런데 계주가 돈을 주지 않는다면서 울면서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계주에게 나를 자신의 오빠라고 소개하면서 돈을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그 아주머니를 데리고 계주를 만났다. 그리고 차용증을 쓰도록 해서 결국 돈을 받아줬다.”

 

이 교장은 외국인 노동자들, 다문화인에게도 한글을 가르쳤다.

 

한번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방글라데시인을 만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블법체류자들이었다. 그들이 한글을 모른다고 해서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20명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경찰서에서 불법 체류자를 보호한다고 문제를 삼았다.”

▲ 신명실업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있는 만학도들     © 뉴스파워

 

신명실업학교는 2000년도부터는 다문화인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120여명의 다문화인이 한글 교육을 받았다. 지금도 130여 명이 한글교육을 받고 있다.

 

신명실업학교는 수업은 오전반, 오후반, 야간반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한글, 컴퓨터, 영어, 검정고시반 등 현재는 260여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11명의 교사들이 열과 성의를 다해 가르치고 있다.

 

 

한글을 모르면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못 본다. 인근 운전면허시험장에서는 한글을 모르는 분들이 응시할 경우 우리 학교에 가서 한글 공부를 하라고 소개한다. 그러면 1년간 한글을 가르친다.”

 

신명실업학교 건물은 송파구청의 소유다. 15년 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다. 지역이 재개발 중이어서 언제까지 이 건물을 사용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송파구청이나 외부의 지원도 없다. 3만원, 5만원, 7만 원 정도의 수업료를 받아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 졸업생들 중에는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거챠 대학에 진학한 사람도 있고, 다양한 직업군에서 활동하고 있다.

▲ 신명실업학교 교무실과 강의실     ©뉴스파워

 

 

이 교장의 안내로 수업중인 교실의 문을 열고 잠간 들어가봤다. 배움의 한을 품고 공부하는 나이가 지긋한 분들의 얼굴에서 희망을 보았다. 글자를 깨우치고, 한자를 배우고, 영어를 배우고, 컴퓨터를 배우는 이들의 모습에서 평생학습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신명실업학교 벽에 걸어놓은 시계 밑에 큼지막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서로 칭찬합시다"

▲ 신명실업학교 "서로 칭찬합시다"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뉴스파워


늦은 나이에 공부하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칭찬 한마디는 그들의 마음을 다잡아줄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는 것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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