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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화가 박영의 귀촌일기(15]생명을 걸고 생명을 찾으려면

박영 화가(홍대 미대 서양학과, 프랑스 유학, 크리스천정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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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
기사입력 2021-08-01

 

▲ 박영 화백이 아뜰리에 옆 황토밭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파워

 

슈테판 게오르게(Stefan George(1863-1933)새로운 정신만을 말하지 말고 노래를 하라고 한다. 물론 실험주의 정신으로 새로운 증거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필요할 때는 기존의 질서(입장)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선한 의지도 중요하다. 묘사하면서도 대상을 창조했던 피카소. 그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담기 이전에도 이미 그것들은 존재해 있다는 걸 알았기에 창조의 희열을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곳 시골에 와서 늘 동경하고 그리워하던 자연을 만났다. 조금 형태만 바꾸었을 뿐이지 여전히 본질은 존재하고 있었다. 직접 자연 속으로 뛰어 들어 체험해 보는 것이다. 만약 태양이 나를 모욕한다면 나는 태양을 공격하겠다.

또한 새로운 성전을 세우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우선적으로 기존의 사원을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의 과거의 정신은 더 이상 닳아빠진 신발바닥으로 걸어 다니지 않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화가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모든 전래된 화풍을 단호히 배제하고 절대적으로 의심하면서 매번 신비함으로 충만감을 느껴야 한다. 화가에게는 한번 시작을 하면 끝을 봐야 한다는 각오가 몸에 배여 있어야 한다. 정신의 깊이와 수렁을 헤쳐가야 한다.

 

밤새 울어대던 개구리들도 지쳤는지 조용하다. 어떻게 저토록 처절하게 온몸으로 울어댈 수 있을까? 시골의 밤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꽉 차 있지만 개구리 울음소리는 온 밤을 충만케 한다. 삶이 품고 있는 고통과 아픔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고통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삶을 창조해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내면세계를 폭파해야 한다. 내 길이란 이미 정해진 길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개척한 길이다. 변화를 원한다면 새롭고 독특하며 뛰어나고 또한 자신의 입법자로 나 자신을 창조해야만 한다.

같은 물이라도 벌이 먹으면 꿀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어떤 고통이라도 기꺼이 감수하자. 존 러스킨은 말한다. ‘마음의 힘에서 아름다움이 태어나고 사랑에서 연민이 태어날 것이다. 그래서 스피노자는 평화란 싸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힘으로 생긴다고 힘주어 말한다.

  

시골의 삶은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서 충당해야 한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라면 어떤 모양이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채워지면 돈 버는 일을 하지 않는다. 노동이라면 땅을 파는 일도 있지만 난 그림을 그려 쌀과 바꾼다. 재료비가 마련될 때까지 그리고 또 그리고, 이 일은 평생 지속될 것이다. 시골의 삶은 더 많은 것들을 자연에서 얻도록 해 주었다. 무엇이든지 내 그림을 풍요롭고 가치 있는 것으로 채울 수만 있다면 기꺼이 마음을 비우겠다고 생각했다.

노예를 가진 사람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소유는 그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소유를 위한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소유 때문에 내 자유가 속박당한다면 난 작품이고 뭐고 다 불태울 것이다.

▲ 박영 화백 작품     ©뉴스파워

 

자기 자신에게 철저하게 비정해야 한다. 비정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생명을 걸고 생명을 찾으려는 비정한 영혼의 편력이 화가에게 요청된다. 진실로 이타적인 나눔을 위해서는 이기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모순의 미학에는 조화로움이 선물로 주어진다. 만약 화가의 삶에서 치명적인 가난과 궁핍, 자기 혁신 끝까지 자존을 지키지 않으면 치졸한 잡부와 같은 생활로 패대기쳐질 뿐이다.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어렵게 모은 금을 사그리 버려야 한다. 예술의 위대성은 단순한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결하고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영혼이 묻어나야한다. 자연은 결코 수다스럽거나 너스레를 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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