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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맨발의 기봉이

어머니 앞에 언제나 천진한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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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수
기사입력 2006-05-23

<맨발의 기봉이>는 kbs 인간극장의 출연자였던 엄기봉 씨(40세)의 실제 삶을 모티브로 제작되어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남해의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시골 다랭이 마을에는 어려서 열병을 앓아 나이는 40살이지만 지능은 8살에 때 묻지 않은 노총각 기봉 씨가 산다. 기봉 씨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여든 넘은 어머니이고, 제일 잘하는 것은 달리기다. 동네 허드렛일을 하면서 얻은 음식을 어머니에게 빨리 가져다주고 싶은 마음에 신발로 신지 않은 발로 집으로 들어가 따뜻한 밥상을 차리는 그를 동네 사람들은 <맨발의 기봉이>라고 부른다.
   
▲ 영화 맨발의 기봉이


엉겁결에 그 지역에서 열린 달리기 대회에 참여하게 되면서 1등을 하게 된 기봉 씨는 어머니에게 틀니를 선물할 목적으로 <전국 아마추어 하프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며 긴 레이스를 펼친다. 반드시 1등을 해야만 하는 상황. 그러나 동네 사람들의 비이냥과 무시는 계속되고 마지막엔 생명의 위협마저 무릅써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 설정으로, 소재가 주는 신선함은 부족하지만, 어머니를 향한 기봉 씨의 진실된 사랑이 주는 감동과 웃음은 이 땅의 모든 자녀들로 하여금 마음 한구석을 숙연케 하는 힘을 지녔다.

기봉 씨에게 어머니는 삶의 이유이다. 이빨도 다 빠져서 잘 먹지도 듣지도 못한 초라한 노인의 모습이지만 기봉 씨는 어머니의 모든 것이 좋기만 하다. 기봉과 어머니와의 사랑을 보며 무조건적인 사랑의 결정체인 가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나는 가족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 안에 때론 조건이 따라붙을 때가 많다.
   
▲ 기봉 씨에게 어머니는 삶의 이유이다

기봉 씨를 바보 취급하며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겨주고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기봉 씨의 진실한 마음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제 혈육이 아님에도 기봉 씨의 숨은 재주를 발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을 이장의 노력은 감동을 준다.

기봉 씨의 맨발은 인위적이지 않는 기봉 씨의 진실한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함을 잊지 않는 기봉 씨는 머리가 아닌 진실한 가슴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이것은 그런 기봉 씨를 어떻게든 이용해 먹고 골탕 먹이려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결국 기봉 씨의 진심어린 마음은 마을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 기봉의 맨발은 진실의 상장이다


이 영화중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마라톤을 위해 잠시 집을 떠난 기봉 씨를 잊지 못해 그 불편한 몸으로 서울에 있는 기봉 씨를 찾아오는 모습이다. 비록 고대하던 1등은 놓쳤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하며 쓰려져 있던 몸을 일으켜 완주에 성공한 기봉 씨는 어머니와 그적인 상봉을 한다. 나는 기봉과 기봉 모친의 사랑을 통해 나와 하나님과의 사랑의 관계는
어떤지 생각해 본다.

극진한 효자로 소문난 기봉 씨. 매일같이 달리는 이유도 바로 어머니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달리기 하나만은 잘 했던 기봉 씨는 지난 해 한 마라톤대회에 참가해서 당당히 3등을 했다. 그 상금으로 받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어머니에게 드렸던 기봉 씨는 그때부터 마라톤을 잘해서 번 돈으로 평생 고생만 해온 어머니를 도와드리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기봉 씨의 어머니 김동순(80세) 씨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가난 속에서 혼자 몸으로 아들 둘과 딸 셋을 어렵게 키워왔다. 결혼과 함께 자식들이 하나둘 집을 떠나면서 어머니 곁에는 달랑 기봉 씨 혼자만 남았다. 지난해엔 큰 아들마저 세상을 떠나고 세 딸들 역시 어렵게 살고 있어 어머니를 가까이에서 돌봐드릴 수 있는 자식은 기봉 씨뿐이다. 노환으로 거동하기도 어려운 데다 귀까지 어두운 어머니를, 장애를 가진 기봉 씨가 지켜드리고 있는 것이다. 가장 못 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어머니 앞에선 언제나 천진한 아들

옛 고전 가운데 이런 일화가 있다. 여든의 아버지 앞에서 예순을 바라보는 아들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재롱을 부리더라는 것. 그 아들을 보고 웃는 팔순의 아버지를 보며 이게 바로 진정한 효도라고 생각했다는 예순의 아들.

기봉 씨도 마흔의 나이지만 어머니 앞에서는 마치 어린아이 같다. 재롱도 부리고 장난도 친다. 어머니는 이런 기봉 씨를 보며 주름살 패인 얼굴로 웃고 기봉 씨 역시 어머니의 이런 모습을 보며 기뻐한다. 생활이 어려워서 정부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으로 살아가야 하는 형편이지만 기봉 씨 얼굴에는 그늘이라곤 없다. 늘 밝고 환한 웃음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기봉 씨의 모습을 기특해하며 도와주는 사람은 바로 이장님이다. 기봉 씨가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이장님의 권유 때문. 이장님은 기봉 씨의 트레이너 역할을 자처하며 함께 '아마추어마라톤대회' 우승을 향해 달린다. 단 기봉 씨처럼 달릴 수 없어 이장님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며 기봉 씨를 지도하는 모습은 이 마을에서 익숙한 풍경이 됐다. 또 마을사람들 역시 이번 마라톤에서 기봉이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라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기봉 씨에게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가난 때문에 밥 굶는 일을 밥 먹다시피 하고, 음식이 있으면 어머니부터 챙겨 드리다보니 위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속이 쓰리고 아파 며칠 밥도 제대로 못 먹은 기봉 씨는 이장님의 권유로 위 내시경 검사를 받게 된다. 다행히 별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듣고 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마라톤 연습에 박차를 가한다. 드디어 아마추어마라톤 대회 날, 서울까지 함께 올라와준 마을사람들의 정성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기봉 씨는 포기하지 않고 달린다. 아쉽게 우승은 못하지만, 장애인의 몸으로 하프코스를 완주했다는 데에 사람들의 감동어린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고 마을 사람들과 이장님도 크게 기뻐한다.

다시 돌아온 기봉 씨는 메달과 상금을 어머니에게 전해드리고 주름 깊게 패인 어머니의 얼굴에도 모처럼 환한 웃음이 번져간다. 가난과 장애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늘 환한 웃음을 잃지 않고 어머니에게 효도하겠다는 마음으로 달리고 또 달리는 기봉 씨. 언젠가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며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을 해야하는 그의 모습은 각박해진 우리들에게 진한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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