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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순천만, 속살을 드러내다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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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기사입력 2024-03-31

 

밤새워 내리던 비도 그치고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새벽 맑은 공기도 마실 겸 순천만에 나가보았다. 마침 묵은 갈대를 베어낸 탓에 색다른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갈대숲에 가려졌던 순천만의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사람으로 치면 옷을 벗은 알몸의 모습이다.

 

  © 공학섭


어느 사진작가께서 지나가는 말로 했던 말이 기억났다. ‘사진은 봄, 여름보다 겨울에 찍어야 제맛이다.’ , 여름은 화려한 옷을 걸치고 있지만 겨울은 옷을 벗고 자연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작가의 말대로라면 여기 올린 작품은 순천만의 누드 사진인 셈이다. 파란 갈대, 황금색 갈대에 익숙해진 분들에게도 특별한 맛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내가 봐도 색다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러한 감상적인 생각은 인간의 생각일 뿐이고 갈대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다.

 

  © 공학섭

 

생태학적인 의미에서는 갈대를 베어내는 일이 그렇게 환영할 일은 아니다. 묵은 갈대 사이에서 서식하고 있는 새들의 보금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엄마 갈대와 새로 태어난 아기 갈대가 어우러져 있음도 나쁘지 않다.

 

엄마 갈대는 연한 아기 갈대가 넘어지지 않도록 지지대 역할을 해준다. 아기 갈대가 스스로 설 수 있을 무렵에는 아기 갈대 옆에서 고꾸라져서 자식들이 먹고 자랄 수 있도록 자기 몸 전부를 내준다. 자연은 그대로 둘 때 아름다운 순환을 한다.

 

  © 공학섭


자연 그대로 두면 될 일을 왜 갈대를 베어낼까? 묵은 갈대와 새순이 섞이면 어쩐지 엉클어진듯하여 깔끔해 보이지 않는다. 낡은 갈대를 베어내야 새순이 올라올 때 단정하게 보일 수 있다. 사람들의 심미적인 만족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제거해 낸 것이다. 다분히 인간의 욕망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 공학섭


인간의 억지스러운 개입에도 불구하고 창조주께서는 알몸이 된 순천만에 새 생명을 움트게 하는 기적을 준비하고 계신다. 머지않아 파란 색깔의 예쁜 옷을 입히실 것이다. 바람이 방해하겠지만 하늘거리는 갈대로 키워내실 것이다. 그리고 잠시 떠났던 새들도 돌아와 노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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